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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살충제에서 죽음의 살충제로, DDT

by 엔조잉 2020. 5. 11.

 몇 개의 포스팅에 걸쳐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진리를 알리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 소개할 DDT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살충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곤충에게 빠르고 강력하게 작용하며, 사람이나 동식물에게는 무해하고 냄새도 없는 살충제이기에 살충제로써 장점이 엄청난 화학물질이었다. 이 유명한 화학물질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은 파울 헤르만 뮐러이다. 값이 싸고 매우 효과적인 살충제로 전 세계의 모든 농가에서 사용되었다. 뮐러는 DDT 개발로 인해 194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DDT가 일시적으로 해충을 없애는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그 부작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다이너마이트도 이로움을 위해 과학자가 공들인 연구 끝에 만들어낸 물질이지만, 결국 해로움으로 기억되었던 것이 생각난다. 새로운 물질에 대해 기대에 부푸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두려움과 걱정을 좀 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DDT는 자연의 먹이 피라미드 중에 제일 하단의 곤충(벌레)을 없애는 데 사용되었다. 먹이 피라미드의 한 개체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사라진 개체를 대체할 개체가 없다고 가정할 때) 그 주변에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던 개체가 가장 먼저 변화를 겪고, 더 시간이 지나면 피라미드 안의 모든 개체가 흔들린다. DDT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중 이런 일이 있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박멸을 위한 DDT 사용으로 인해, 모기가 사라지며 말라리아도 사라졌다. 여기서 끝났으면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발생했다. DDT는 수십 년간 없어지지 않고 땅과 생물의 몸속에 남아있는 성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DDT에 노출된 모기를 먹은 다음 생물, 또 그 생물을 잡아먹는 더 큰 생물, 그렇게 먹이사슬, 먹이 피라미드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DDT에 노출되게 되었다. 이는 인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생물의 몸속에 들어가면 중금속과 같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몸속에 쌓이게 된다. 먹이사슬을 통해 다른 생물을 연쇄적으로 죽게 만드는 죽음의 살충제 DDT는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사실, '살충제'라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DDT보다 '가습기 살균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DDT와 마찬가지로, 인체에는 무해하고 세균에 대해서만 살충 효과가 있다는 마법 같은 문구를 한 가습기 살균제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 회사가 자신들의 살균제를 물에 넣어 가습기를 사용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완벽하게 박멸해준다며 홍보를 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200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뒤로도 꾸준히 피해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를 신고 접수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조금 더 깨끗하고 편리해지기 위해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우리 모두를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할 비극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흔히 벌레라고 부르는 해충들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질병을 부른다는 세균들을 박멸하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질병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A라는 물질 혹은 질병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면, 환경은 A+를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A+를 사라지게 했다고 믿게 되었다면 반드시 A++가 등장할 것이다. 슬프지만 이는 사실 일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무언가'는 해로운 것이며 그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인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새로운 세균이 나타날 때마다 점점 더 독한 화학물질로 퇴치하려고 한다면 세균만 죽고 우리 몸은 괜찮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생명은 적응과 변형을 통해 발달하게 된다는 자연의 이치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가급적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화학물질에 대한 광고 문구를 쉽게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쯤은 믿어도 될지, 자신이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