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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 Energy (환경에너지)

석면, 마법의 돌 또는 조용한 시한폭탄

by 엔조잉 2020. 5. 10.

 석면은 돌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화산 활동에 의해 생겨난 화강암의 일종이다. 석면에 대한 장점들을 살펴보면, 석면은 섭씨 40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견디는데, 어느 물질보다도 강한 내열성을 가졌다. 산과 알칼리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썩거나 닳지도 않고 전기나 열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석면의 경우, 현재의 우리 과학기술로는 다른 물질과 분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석면은 가격도 싸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석면으로 짠 천이 불 속에서도 타지 않는 것을 보고 마법의 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최초의 신성로마제국 황제 샤를마뉴 대제는 석면 식탁보를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식사 후 더러워진 식탁보를 불 속에 넣었다 빼면 깨끗한 식탁보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이 엄청난 장점들로 인해 석면은 여러 제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슬레이트 지붕에 쓰이기도 하고 사무실 등의 칸막이, 전기 절연제, 방화재, 바닥재, 천장대 등으로 사용되었다. 석면의 단점을 보면 단연, 너무 작다는 것이다. 석면 섬유 한 가닥의 굵기는 사람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정도이다. 현미경 없이는 석면을 볼 수 없는데, 몸속에 들어가면 심각한 일이 생긴다. 앞서 언급한 석면의 장점들이었던 부분들이 심각한 단점으로 바뀌게 된다. 썩지도 녹지도 분리해 낼 수도 없는 튼튼한 물질이 몸속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석면은 공기 중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바닥까지 가라앉는데 무려 80시간이 걸릴 정도로 느리고 조용하게 이동한다. 우리 몸에서도 바로 반응을 일으키진 않으나 10년 이상 50년 동안 머물면서 우리 몸의 조직과 염색체를 파괴시킨다. 어떤 경우 신체 조직을 뚫고 암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암은 중피종암이라 부르며 늑막이나 복막까지 들어가 암을 일으킨다. 진단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석면도 다른 유해한 물질들과 같은 노선을 걷게 된다. 단점에 대한 무지와 큰 장점 성질들로 인해 석면이 유해한 물질일 거라고 생각지 못하고 사용한 사람들에게서부터 문제가 드러났다. 프랑스 '아미솔 사건'이 유명한데, 이 사건으로 인해 석면 사용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아미솔'은 석면으로 천을 짜는 공장이었는데, 직원들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실로 안타까운 것은 이 '아미솔 사건'은 1970년대 사건이고, 과학자들의 '석면에 대한 유해성 경고'는 1960년대부터였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폐암과 석면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증거 자료까지 밝혔지만, 믿지 않은 것이다. 이미 경고된 일에 대해 안일했던 사람들이 결국 피해를 안게 되었다. 세계 보건기구 WHO는 1980년대에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일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석면 규제를 2007년에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무지한 일인지.. 국가적으로 위험하다 분류한 물질을 싸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나라는 열심히 사용해왔었다는 것이다. 2015년이 되어서야 어떤 용도로든 석면을 전면 금지했다.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말은 즉, 우리 주변에 석면 제품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새로운 석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지, 기존에 생산되어 판매된 제품, 설치된 제품들은 규제망을 피해가게 되었다. '아주 위험한 돌', 조용한 시한폭탄이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포스팅의 라돈과 마찬가지로 석면도 실내공기질 측정을 해야 하는 법적 관리 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석면을 조사하는 연구자가 따로 생겨났다. 우리 주변에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 석면이 사용되었던 건축자재들을 살펴보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건물 곳곳에 존재한다. 단열재, 퓨즈박스와 오래된 전선, 개스킷, 접합부의 석면 테이핑, 배관 단열재, 보온재, 레디 에이터 내부의 석면 테이핑 처리, 천장의 방음재, 바닥재, 지붕 단열재, 지붕마감재, 건물 밖 판자벽이나 벽 판자, 연통, 굴뚝 등이 석면이 사용되었던 건축자재이다. 우리 주변에는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이 많기 때문에 건축물을 해체하거나 리모델링, 또는 보일러 등을 수리할 때도 석면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57개 이상의 국가에서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대부분 선진국이라고 속하는 나라이다.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몇십 년 이상 쌓인 지금도, 값이 싸다는 이유 하나로 인해 개발도상국은 석면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 그들에게 석면은 '마법의 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