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석유가 난방, 자동차에만 쓰인다고 생각하는가?
어린이들도 알다시피 자동차 먹이는 기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식량은 화학비료로 만들고 화학비료는 원료가 석유제품이다. 다시 말하면 식량에너지는 화석연료에서 나오고 있다. 농업의 실태는 나라, 지역마다 다른데, 공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농사짓는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중장비를 동원하고 비료와 제초제를 엄청나게 뿌린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사람이나 가축의 힘으로만 농사를 짓고 나무나 숯으로 요리를 한다. 현재 경작이 가능한 땅은 유목민, 화전민이 쓰고 나머지는 전통적인 집약농업과 대규모 기업농업으로 이루어지는데, 25%정도씩으로 엇비슷하게 나뉜다. 화전은 숲의 일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다가 땅이 영양분을 잃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농사법이다. 세월이 충분히 흐르면 개간지는 다시 건강을 되찾는다. 유목은 가축이 먹는 풀을 찾아 철따라 이동하는 방식이므로 당을 아주 황페하게 만들진 않는다. 화전과 유목을 하면 땅이 넉넉하고 인구가 적은 동안은 생태계가 탈 없이 굴러간다. 집약 농업은 노동력을 많이 투입하고 거름을 듬뿍듬뿍 주어서 수확을 아주 많이 한다. 중국 농부는 돼지, 오리, 생선, 바닷말에서 나오는 유기물을 땅으로 되돌리는 방법으로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유럽 농부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작물을 수확했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몇천년동안 기름진 땅을 유지했다. 기업농업은 농기계와 화학비료에 크게 기대는 농사법으로 투자를 많이한다. 화석연료에서 에너지를 끌어와서 작물 같은 식량으로 돌린다. 기업농업은 자본이 많이 들고, 땅도 넓어야 하고, 에너지도 싸야했는데, 대량생산 안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기업농업도 화석연료가 풍부한 시기에 많이 번창했다. 연료가 싸면 굳이 절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기업농업은 낭비가 말도 못하게 심했다. 가령 곡식을 먹고 자라는 소는 쇠고기의 7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할 정도이다. 효율성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워낙 많이 돈을 솓아붓기 때문에 기업농업은 에너지를 알뜰하게 쓰는 전통농업을 몰아내고 있다. 돈 많은 나라와 기업은 시장, 기술, 광물자원, 토지를 독차지하려 든다. 한나라가 얼마나 잘사는지 GNP로 나타내는데 이 국민총생산은 한 해에 생산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돈으로 나타낸 것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당연히 GNP가 커지므로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 인구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을 보면 편하다. 그리고 이 지표는 부가 어떻게 퍼져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잘사는 나라보다는 못사는 나라가 훨씬 많다는 것을 말이다. 대체로 공업이 발전한 나라들이 잘 살기 때문에 그것을 본 다른 나라도 어떻게 해서든 공업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앖다. 공업국가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들은 보통 농산물을 키워서 세계 시장에 내다 판돈으로 기름과 기계를 사들인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카사바, 얌, 빵나무처럼 현지인이 먹는 주식에는 관심이 없다. 세계 시장이 원하는 것은 초콜릿, 커피, 바나나, 카슈, 피스타치오, 코프라, 고무 같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식으로 쓰이는 곡물보다는 바로 돈과 바꿀 수 있는 이른바 환금작물을 너도나도 키우게 되었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겨우 넘는 가나는 농경지의 절반에서 코코아를 기르고, 멕시코는 미국이 좋아하는 망고, 토마토, 멜론 같은 과일만 재배하고 농민들의 주식을 등한시하니까 옥수수가격이 날로 치솟아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었다. 인도까지도 쌀을 수출하고, 필리핀은 파인애플을 키우고, 온두라스와 과테말라는 바나나만 죽어라 기르고 우간다는 커피에 올인하고 있다.
식량은 더 많아지고, 굶는이도 더 많아지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과학자들은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혁명을 일으켰다. 종자를 개량해서 낱알이 굵고 줄기가 짧고 튼튼해서 낱알이 많아도 잘 지탱하고 재배기간도 짧은 밀, 쌀, 수수를 심으니까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이모작도 할 수 있다. 덕분에 농산물 생산량이 몇 배나 늘었기에 상당수의 가난한 나라들은 녹색혁명을 받아들였고 그 바람에 시장의 힘이 커졌다. 그런데 새로운 작물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료와 물을 엄청 먹어댔다. 내놓는 것이 많은 만큼 들어가는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돈많은 농부는 비료를 사서 새종자에 넉넉히 뿌려 자연히 생산량이 늘어났고, 곡물 가격은 떨어졌다. 옛날 종자로 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부는 더 가난해지게 되었다. 돈을 번 농부가 당을 사서 농사를 더 크게 지우니까 이웃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기업농업은 더욱 유리해졌고 식량 생산은 늘어났지만 가난도 늘어났다. 그래서 농사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도 많았지만, 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 일자리가 많을 턱이 없었다. 1950년 이후로 경장지는 22% 증가했고, 화학비료 사용은 10배로 늘었으며, 관개지는 3배가 증하아였고, 농업에 들어가는 석유는 세게 석유 소비의 12분의 1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식량 생산은 약 3배 이상 늘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세계 인구는 2배가 늘었으므로 한사람 앞에 돌아가는 식량의 양은 50년 전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통계치 숫자와 실상은 달랐다. 식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활 수준이 높은 중산층과 상류층을 위한 식량이 늘어났을지 몰라도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주식은 줄어들었다.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전통농업을 밀어내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돌아가는 기업농업이 과연 언제까지 굴러갈까? 석유가 고갈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비료에 들어가는 인 성분 대문에 기업농업은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화학비료에 들어가는 인의 양도 제한적일 뿐더러, 토양에 비료가 너무 많아지는 것은 토양 오염과도 연결 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의 품종만을 대량 생산해내는 이 변화는 자연히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했다. 전 같으면 수백가지나 되는 다양한 품종이 사이좋게 자라던 곳에서 기업농업을 하므로 밀, 옥수수, 사과, 복숭아와 같은 한 두가지 품종 밖에 기르지 않기에, 다양성이 떨어지면 해충과 병에 대량으로 무너질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사과 품종안에도 맛이 좋고 색이 좋은 품종만을 선호하는 농업으로 다양성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뿐만아니라 생물 다양성이 한 번 무너지면 토양의 부식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될 것이다. 지금까지 식물에 관해서만 언급하였지만, 고기도 문제다. 소, 양, 돼지는 곡식이나 풀을 고기로 바꾸는 것인데, 이 때 에너지효율이 낮아진다. 1만 칼로리의 곡물을 생산하는 땅에서 쇠고기는 기껏해야 1천 칼로리밖에 안 나온다.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초식동물이 풀을 먹고 이것을 실제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10%뿐이고, 이 초식동물을 사냥해서 섭취하는 육식동물은 또 그의 10%에너지만을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풀의 에너지를 육식동물을 1%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고기도 많이 먹는다. 해마다 20억 톤에 육박하는 곡물 생산량 중에서 동물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40%나 된다. 또 맥주 빚는데 들어가는 양도 어마어마한데, 중국인이 하루에 맥주를 2잔씩 마시면 세계 곡물 소비량이 10%나 올라갈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모작을 확대하고, 토지를 지혜롭게 쓰고, 기업농업보다 손은 많이 가도 에너지를 알뜰살뜰 아껴 쓰는 집약농업을 늘리고, 낭비를 줄이고, 햄버거도 적게먹고,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저항력이 강한 품종을 만들거나, 식물과 동물의 에너지 변환율을 높이거나 하는 노력을 하면 될까? 이 노력이 지금 시점에서 실현 가능한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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